top of page

"위암 발생 기전 및 치료에 대한 새로운 표적 발굴"

1. 기존 암 생물학 연구의 한계점
 현재까지 암 생물학 분야의 주요 연구 주제는 종양유전자 (oncogene)종양억제유전자 (tumor suppressor gene)의 발굴 및 환자에서 발견되는 각 유전자의 돌연변이 (mutation)로 인한 생물학적 기전 연구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 차세대 시퀀싱 (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대규모 유전자 시퀀싱이 가능해짐에 따라 다양한 암종에서 종양/종양억제 유전자의 새로운 돌연변이와 그에 대한 기전이 지속적으로 규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암 정복의 길은 여전히 인류 보건 분야의 최대의 난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는 암 발생 및 진행, 전이 기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있어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및 기전 연구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암 생물학의 주류를 이루던 '암 유전체학 (Cancer Genomics)' 이외에 '암 단백유전체학 (Cancer Proteogenomics)', '암 대사체학 (Cancer Metabolomics)', '암 면역학 (Cancer Immunology)' 등의 분야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3d-dna-strands-abstract-background_1048-
plant-cell-with-cell-membrane_1308-15415
medical-doctor-medical-ill-illnesses-tre

2. 세포 소기관을 항암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이러한 연구 동향 가운데 세포 소기관 (Cell Organelles)이 새로운 항암 표적이 되어야 한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제기되었습니다 ("Organelle targeting: third level of drug targeting", DDDT, 2013). 특히, 세포 소기관 중 하나인 골지체 (Golgi Complex)를 구성하는 단백들 중 일부가 암 발생 및 항암제 내성 기전과 연관되어 있다는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골지체는 일반적으로 단백과 지질의 성숙 및 세포 내 수송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골지체는 물질 수송뿐만 아니라 종양의 발생 및 진행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주요 종양 단백 (oncoprotein) 중 하나인 RAS는 대부분 세포질에 존재하지만 암 발생과 관련한 세포 내 신호 전달 과정 중 일부를 골지체에서 수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Nat Cell Biol, 2002). 그 이후, 골지체의 구성 단백 중 일부 (GOLM1, GOLPH2, GOLPH3) 가 전립선암, 췌관 선암종, 간세포암종을 촉진한다는 논문들이 보고되었습니다 (Nature, 2009BMC Cancer, 2018; Mol Med Rep, 2018; Prostate, 2018). 이처럼 골지체와 골지 단백이 암 발생 및 진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분자 생물학적 기전과 임상적 활용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암 생물학 분야에서 세포 소기관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매우 미흡한 상태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1,600 여개의 골지 유전체에 대한 대규모 TCGA 분석과 세포주 및 마우스 그리고 오가노이드 (organoid) 모델을 이용한 분자생물학 실험을 통하여 얻은 선행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위암에서 골지체 및 골지 단백들의 역할을 규명함"을 주제로 연구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 성과가 단순히 과학적 발견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실제 임상 환자에 대한 치료 반응성 및 예후 예측인자로서 활용 가능한 새로운 바이오 마커를 발굴하고 이를 상용화 및 산업화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연구 주제의 창의성 및 도전성

 현재 위암의 표적치료제로 효과를 보이는 약제로는 HER2 표적치료제 (e.g. Lapatinib, Trastuzumab), EGFR 표적치료제 (e.g. Cetuximab, Matuzumab, Erlotinib), 신생혈관생성 억제제 (e.g. Bevacizumab, Sunitinib)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Trastuzumab을 제외한 표적치료제 후보 약물의 단독 또는 기존 약제와의 병용치료 요법을 시도한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위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 (Progression‐free survival)에 의미 있는 효과를 보이는 약제는 없는 형편입니다 (Lancet, 2010). 이는 현재까지 위암 발생 및 진행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암의 원인 기전에 대한 분자 생물학적 연구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로 암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 탐색 및 이에 따른 유전자 발현 변화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암 발생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암 발생과 진행에 필요한 신호 전달 경로의 조절 기전은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에 본 연구실은 종양과 관련성이 높지 않아 그 동안 위암 연구에서 간과되었던 "골지체 및 골지 단백이 신호 전달 물질을 조절함으로써 위암 발생 및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 라는 새로운 페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본 연구에서 밝혀질 골지 단백에 의한 종양 발생 기전은 현재까지 임상에서 사용하던 수용체 또는 세포내 kinase 억제제에 더하여, 골지 단백을 조절하는 방식의 새로운 치료 경로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위암 치료법의 다양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medical-indian-kemo_sabe-illness-sicknes
Revolution.jpg

4. 본 연구실의 강점

  본 연구 책임자는 GRASP55을 포함한 골지 단백들의 분자 생물학 및 생리적 기능에 대한 연구를 다년간 수행하여 왔으며 그 성과 중 하나로 지난 2020년 3월, “Grasp55-/- mice display impaired fat absorption and resistance to high-fat diet-induced obesity”라는 제목의 논문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골지 단백을 주제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여러 논문들 가운데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물 중 하나입니다. 이와 같이 본 연구진은 골지체 및 골지 단백을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분자 생물학, 생화학, 생리학 실험 방법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병리학교실, 생물정보학 교실 등을 비롯한 여러 연구진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하여 해당 연구 주제를 심화 및 확장하여 가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PubMed에 등재되어 있는 골지 단백 관련 논문의 대다수는 골지 단백의 3차 구조, 골지체의 구조를 유지하는 기전, 세포 내 물질 수송에서의 기능에 대한 내용인 반면, 비전형적 기능에 대한 연구 논문은 극소수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 연구실의 주요 표적 단백 중 하나인 GRASP55의 기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종양 발생 기전과 연관된 보고된 바가 전혀 없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임과 동시에 충분한 연구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본 연구진은 골지체 또는 골지 단백을 암 발생 및 진행, 진단, 치료, 예후 인자로 활용하는 ‘골지 종양학 (Golgi Oncology)’ 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자 합니다.

bottom of page